오늘도 제일 먼저 외출 준비를 마치고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방안엔 마르지 않은 빨래들이 와이어에 주렁주렁 걸려있다.
이때가 아니면 언제 손빨래를 해보리... .
잠시 어제의 일기를 다시 읽고 생각한건데, 내가 이번 여행에서 큰 감동을 얻지 못하는 이유는 혼자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좋은 것을 누릴 때면 항상 같이 있었기에 두 배로 감동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혼자라서 외롭기만 한 것이다.
그 차이는 크다.
우리는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누고 유사한 공감대를 가지고 있으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같고 서로에게 많은 조언도 해준다.
때문에 하나를 보아도 두 배의 가치를 찾았고 두 배의 감동을 누렸으며 두 배의 교훈을 얻곤 했다.
지금의 난 혼자다.
외로움과의 전쟁을 치루느라 하나를 봐도 반밖에 못보고 있는 바보다.
한때는 외로움을 이기기 위해 정처없이 배회하던 사람이었지만 이미 둘이 된 지금의 나에게 L+요원이 없는 상태는 반쪽짜리란 얘기다.
채 '하나'가 되지 못한 '반쪽'이라니... .
큰소리치고 떠나온 여행이니 마음껏 즐겨야 하는데 이 무슨 한심한 짓인가.
기대이상으로 맛있는 샌드위치를 먹으며 꼴마행 기차에 올랐다.
안개 자욱한 밀밭은 대부분 수확기가 끝나 허허벌판이었다.
30분만에 도착한 꼴마에서 처음으로 받은 인상은 '부촌'이라는 것.
중심가로 바로 가지 않고 약간 멀리 돌아다니다보니 으리으리한 저택이 주루룩 있었다.
어마어마한 대저택을 둘러싸고 아름다운 정원이 있었으며, 보는 내내 '귀족이 사나'싶었다.
프랑소와즈 3세라든가 앙뜨와네트 12세, 폰 그레험 앙리(응?) 7세 같은 이름들이 떠오른다;;;
조용하고 낙엽이 떨어지는 꼴마는 이렇듯 진정 귀족적인 분위기였다.

(꼴마 기차역에 비치된 가이드맵. 3개국어로 준비되어 있다.)

(정원을 둘러싼 벽이 끝도없이 이어진다.
아, 글쎄, 그 넓은 정원에 으리으리한 집이 한 채 밖에 없더라니깐;)
넋 놓고 걷다가 길을 잃어서 무식한 방법이지만 지나가는 차를 세워 물었는데, 르몽드여사님(역시 내가 지은 이름-_-)께선 차에서 내려 직접 안내해주시는 수고까지 마다하지 않으셨다.
무척 친절하고 아름다우신 마담 르몽드! 당신의 미소를 잊지 못할거에요!
(매번 느끼는거지만, 파리를 벗어나면 모든 프랑스인이 친절하다. 아참, 파리에서의 지미는 빼고!)
기분이 정말 좋았다.
안개가 걷히지 않아 시야는 짧았지만 상쾌한 꼴마의 공기 덕분에 답답하지 않았다.
가족들과 전화 통화까지 해서 발걸음도 가벼웠고, 드디어, 외롭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
이제 정말로, 정말로 이번 여행을 즐기자.
여행지를 보는 거 말고 여행하는 시간을 즐기자.
외로우면 전화하고 전화못하면 외로운 시간을 즐기자.
그래, 이왕 온 거 잘 즐겨야지!
꼴마 탐사는 르몽드여사님께서 알려주신 길에서 시작되었다.
스트라스부르의 축소형이랄까.
아주 조금 더 지방의 느낌을 가지고 있었고 아주 조금 더 낡았다.
아주아주 작은 규모라서 가이드맵이 너무 크다고 느낄 정도. 덕분에 지도가 자세해서 보기엔 좋았다.
(르몽드여사님이 알려주신 저 아래 32번부터 시작! 56번은 꼴마 기차역이다.)



(32번 건물인 이것의 이름은 워터타워. 처음 봤을 땐 라푼젤 스토리(당연히 영화 '그림형제' 속의 마녀버전!)를 떠올렸지만
이름을 알고나니 그저 상수도 시설이 있을 것 같아 허무해졌다;)



(스트라스부르보다 소박하고 아담한 건물들이 주루룩. 골목골목이 참 예쁘다.)

(꼴마에서 제일 오래되고 유명한 집. 내노라하는 가문들이 이 저택에서 줄줄이 살았단다.) 










여전히 회전목마가 있고 공원이 있고 오래된 성당이 있다.
성당은 스트라스부르의 그것에 비하면 정말 작은, 그저 아담한 수준의 것으로 오히려 그래서 꼴마와 어울렸다.
가장 인상깊은 것을 꼽으라면 하나같이 친절한 사람들과 골목 곳곳에 숨겨진 옛모습들이다.
꼴마는 아기자기함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여행지다.
(유명한 크리스마스 축제를 알리는 포스터. 으...아까워라, 정말 이쁘겠다!)
우리는 꼴마 반나절, 리버빌리 반나절을 계획했는데 버스를 못타서 리버벌리에 가지 못했다.
버스 정류장을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길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도 만족할만한 대답을 얻지 못했다. (가르쳐주려고 무척 노력하던 정말 친절한 사람들!)
결국 인포메이션에 찾아가 물어봤는데, 아뿔싸! 인터넷 정보가 잘못된 것이다.
일행이 바로 앞 인포메이션은 우리가 원하는 버스 안내가 없는 것 같다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 실수였다.
혹시나 해서 들어갔더니 친절한 까뜨린느(-_-)가 어찌나 자세히 설명해주던지, 진작 들어가서 물어볼걸 그랬다.
(인포메이션에 물어보는 것을 겁내지 맙시다!)
우리가 타야 했던 06번 버스는 눈앞에서 떠난지 오래였다.
중간 타임 버스는 휴가 기간이라 운행하지 않는대고 남아있는 저녁 버스를 타면 돌아올 수 없기에 포기해야 했다.
우린 리버빌리를 포기한 대신 그 돈을 모아 만찬을 즐기기로 했다.
오랜만에 푸짐하게 먹으니 행복하다.
역시 먹을 건 먹어주어야 여행의 질도 높아지는 법!
(알자스 와인가도 안내와 버스 타임 테이블. 와인가도 안내는 화장실에서 기부금을 내고 받은 것.)
일찍 스트라스부르로 돌아와 한 바퀴 더 돌아보았다.
토요일이라 사람도 많고 중고서적 장터도 열리고 거리의 음악가도 많다.
오르골 연주 할아버지, 바이올린과 아코디언 합주의 두 남자, 백파이프를 연주하는 켈트족(;)까지.
그 중 클래식을 연주한 두 남자가 최고였다.
특히 아코디언 연주가 일품이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웅장하고 화려한 연주라서 처음엔 오케스트라가 있는 줄 알았을 정도다.
CD를 사고 싶었으나 연주가 멈추지 않아 돌아선 것이 아쉽다.
거리의 음악은 늘 거리에서만 살아있기에 그 한계가 매력이자 아쉬움인 것 같다.
숙소로 돌아오니 저녁 7시도 안되었다.
일행들과의 담소로 시간가는 줄 몰랐다.
또 다시 하루가 저물고 있다.
좀 더 많이 생각하고 마음도 달래는 여행이 되어야겠다.
오늘의 지출 : 바게뜨 샌드위치 3유로, 점심 만찬(닭고기와 샐러드) 8.50유로
인포메이션 지하 화장실 0.50유로
(원래 무료인데 기부금으로 그냥 냈다.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다음을 기약하는 의미로 한 번씩 내곤 한다.)
참고 : 꼴마
스트라스부르에서 기차를 타고 바로 갈 수 있습니다. (30분 소요)
꼴마행 기차가 있는게 아니라 큰도시행 기차의 경유지이므로 기차역 노란 타임 테이블에서 어디행 기차를 탈지 잘 확인하셔야 합니다.
걸어서 구경하기 딱 좋은 아담한 마을이지만 구석구석 안쪽으로 이쁜 곳들이 많으니 모험심(?)을 가지고 천천히 살펴보시길 바래요.
참고 : 알자스 와인 가도
스트라스부르에서 꼴마 아래로 한참 이어지는 길을 말합니다.
길을 따라 포토밭이 이어져서 '와인 가도'라는 명칭이 붙었지요.
와인 가도를 따라 형성된 마을이 워낙 많기 때문에 딱히 어디가 제일 유명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보통 리버빌리, 라크위르, 휘나위르 정도를 방문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와인 가도에 포함된 마을 모두가 대표지나 다름없습니다.
주로 꼴마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하게 되는데요, 당연하겠지만 차로 이동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군요.
꼴마 인포메이션에서 확실한 가이드를 받으신 후 도전해보세요.
저의 여행 목적에는 와인 가도가 없었기에 둘러보지 못했지만, 와인 가도 자체가 목적이시라면 일찍 서두르셔서 2~3군데 마을을 둘러보시는 것도 좋겠어요.
와인 시음을 할 수 있다니 한 잔씩만 마셔도...으흣~ 잊지 못할 추억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참고로, 와인 가도에 포함된 마을은 101개나 있습니다.
참고 : 버스타고 리버벌리 가기
위 이미지는 꼴마에서 리버빌리로 가는 버스의 타임 테이블입니다.
현재 인터넷에서 접할 수 있는 정보에 의하면 꼴마에서 106번 버스를 타라고 되어 있는데요, 아닙니다! (T_T)
꼴마에서 운행하는 버스 라인이 1번부터 3번까지 있는데, 그 중 '1번 라인의 06번 버스'를 타야하는 것입니다.
정류장은 인포메이션 바로 앞에 있는데 메인 정류장이 아닐 수 있으니 정확한 위치는 인포메이션에 물어보시길 바래요.
왼쪽 타임 테이블에서 볼펜으로 지워진 시간은 휴가 기간이라 운행하지 않는 버스입니다.
수시로 변경되니 인포메이션을 통해 꼭 확인하세요.
낮 12시 10분 버스를 타서 17시버스를 타고 돌아오면 딱 좋았을텐데...흑...T_T
작성자 : toytreesp
작성일 : 2006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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