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연씨와 나는 로텐부르크로 향하는 기차안에 있다.
중간에 두 번 갈아타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무척 예쁜 곳이라 하니 가봐야지.
새벽에 비가 왔는지 땅이 젖었다.
하늘엔 구름이 잔뜩이고 공기는 습하다.
우산을 가져오지 않아 조금 걱정되기도 한다.
숲이 가득한 창밖 풍경은 흐린 날씨임에도 아름답다.
나무와 나무 사이로 구름 같은 안개가 피어올라 신비롭기까지 하다.
몽유도원도와 같은 환상적인 수묵화를 떠올리게 한다.
기차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숲을 지나니 갑자기 주위가 환하다.
숲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쪽은 듬성듬성 파란 하늘이 보인다.
오늘도 날씨가 도와주려나... .
참고 : 로만틱 가도Romantic Road
독일의 관광 코스로 너무나 유명한 로만틱 가도(낭만의 도로)는 원래는 알프스를 넘어서 로마에 이르는 통상로였기 때문에 로만틱으로 이름지어졌다.
Frankfurt의 동남쪽 100km 지점에 있는 뷔쯔부르크에서 시작, 옛 중세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는 로텐부르크와 오랜 성벽이 인상적인 딩켈스뷜, 도나우 강을 건너 가도가 하나뿐인 대도시 아우구스부르크를 거쳐 독일 알프스의 산 기슭에 있는 마을 퓌센에 이르는 350km의 길이다.


참고 : 로텐부르크Rothenburg (http://www.eyeofeagle.co.kr/에서 발췌, 재편집-_-;)
살아있는 중세의 도시이며, 중세의 보석이라고 불리워지는 로텐부르크는 로만틱 가도에서 관광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다.
도시의 정식 명칭은 'Rothenburg ob der Tauber'이다.
'타우버 강 위의 로텐부르크'라는 이 이름은 강 위에서 보면 지대가 매우 높은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붙여졌다.
남부 독일 바이에른 주에 속한 도시이며, 로만틱 가도와 고성 가도가 만나는 교통의 요충지로 해마다 백만 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스스로도 '중세에서 시간이 멈춘 도시'라 칭할 정도로 중세 모습이 완벽하게 보존된, 로만틱 가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이나 규모만 볼 때에는 도시라기 보단 마을에 가깝다.
성벽으로 둘러싸인 마을에는 갖가지 볼거리가 풍성하며, 건축물들은 모두가 전통적인 독일의 가옥들이다.
이 도시의 기원은 9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최초의 성벽이 12세기에 만들어 졌다고 한다.
1274년에는 '자유 제국 도시’라는 명칭까지 얻었으며, 도시의 외곽은 탑이 있는 성벽으로 둘러 싸여 있다.
시청사의 꼭대기 전망대에서는 보존된 중세 성곽 안의 멋진 건물들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으며, 좁고 삐그덕 거리는 낡은 나무 계단을 오르는 것만으로도 무척 운치있는 여행이 될 수 있다.
이 도시의 대표 명물인 인포메이션 센터의 와인 마시는 시장 시계인 'Meistertrunk'는 볼 만한 가치가 있으며, 60m의 종루가 우뚝 솟아 있는 시청사와 리멘슈나이더의 걸작인 '최후의 만찬'의 나무 조각이 걸려 있는 성 야곱 교회, 중세 범죄 박물관과 인형,완구 박물관 등은 꼭 가 볼만한 명소들이다.
(스타인나흐와 로텐부르크 사이만을 오고가는 열차의 내부)
구름은 가득했지만 비는 오지 않았다.
오후 1시경 로텐부르크에 도착하여 기념이 될 지도를 사고 서점 직원의 안내로 쉽게 이동했다.
(지도에는 기차역에서 로텐부르크 입구까지의 방향이 그려있지 않다.
기차역을 등진 상태에서 왼쪽으로 직진하면 로텐부르크 입구에 도착한다. 걸어서 10분 정도 소요)
관광객이 거의 없는 조용한 로텐부르크.
입구임을 한눈에 알 수 있는 다리를 건너니 중세 기사들이 말고삐를 묶었음직한 나무 기둥이 있다.
아마 그 말들은 바로 옆 물통에 머리를 묻고 시원한 물을 마셨겠지.
한눈에 장면이 연상될 정도로 잘 보존된 마을 입구에 우리는 한참을 감탄했다.
로텐부르크는 하이델베르그보다 훨씬 훨씬 아름답고 고풍스럽다.
또한 로데스하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로데스하임이 최근까지의 독일 시골 마을의 소박함을 가졌다면 로텐부르크는 중세, 진짜 중세 마을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실로 엄청난 시간의 무게를 느끼게 하는 곳이다.
정문이 있는 다리를 중심으로 성벽이 이어져 마을을 감싸고 있다.
성벽은 일부 오래된 부분도 있지만 근래에 복원된 부분도 있는데, 복원에 지원을 보낸 개인이나 업체의 이름이 새겨진 돌이 간간이 눈에 띈다. (벤츠 회사와 일본인들의 이름이 많다;;)
성벽에 올라 마을의 전경을 보기도 하고 중세 시대의 보초들이 서 있는 모습을 상상하기도 했다.
골목골목은 고요하고 아름다웠다.
그저 오래된 집이구나 싶은 게 아니라 정말 중세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되는 집이 즐비하다.
오로지 우리 둘만 살아있는듯 조용한 시간을 즐길 수 있어 행복했다.
중세...왕과 기사와 정의와 명분과 농민이 떠오르는 시대.
나는 중세란 말도 그 시대도 좋아하지만 온몸으로 느끼는 건 또 다른 감동이다.
안왔으면 큰일날뻔 했다고 세연씨와 나는 감탄하기에 바빴다.
시간의 무게를 느꼈다고 밖엔, 중세가 어떠했는지 알았다고 밖엔 설명할 길이 없다.
겨울이어서 관광객이 거의 없었기에 고요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감동이 더 컸는지도 모르겠다.
(창문의 바깥쪽 덧문을 열어둘 때 고정시키는 고리인데 실제 크기가 아주 작지만 사람 모양이 또렷하다.)
(정말이지 동화의 마을이라고 밖엔 표현이 안되는 예쁘고 아지자기한 로텐부르크!)
(시청 건물과 60m라는 종루)
그러나...어딜가나 있다는 단체 관광객을 만났으니, 그 이름도 유명한 한국인 단체 관광객!
구경하는 내내 관광객이 없다고 좋아했는데 강력한 어택을 받아버렸다.
역시나 떠들썩하게 로텐부르크 광장을 지나가길래 애써 피하며 다녀야했다.
다 좋은데 좀 조용히 다녔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시끄러운 관광객을 피할 겸 고픈 배를 채울 겸 카페에 들어가 로텐부르크의 명물인 동그란 슈네발을 먹었다.
레스토랑이 워낙 비싸서 불가피하게 선택해야 했지만 맛은...맛은 다소 우울했다.
으음....무슨 맛으로 먹어야 하는지.
다른 사람들의 여행기를 보니 많은 여성 여행자가 맛있다고 칭찬하던데 솔직히 난 아니었다.
푸석푸석하고 딱딱한 밀가루 덩어리를 씹는 느낌이었으니까.
참고 : 슈네발
로텐부르크의 명물 과자.
쿠키 만들 때처럼 밀가루를 반죽 한 후, 넓게 폈다가 공모양으로 뭉친다.
이후 고온에서 튀긴 다음 설탕 가루를 뿌리면 오리지널 슈네발이 되고 응용하여 쵸콜렛을 묻힌 뒤 레인보우를 뿌리기도 한다.
익숙하지 않은 맛으로 배를 채우고 로텐부르크를 떠날 채비를 했다.
한나절이면 다 볼 수 있는 작은 마을이지만 왜 그렇게 발걸음이 안떼어지던지.
그래도 해가 지기 때문에 돌아서야 했다.
제법 오랜 시간 기차를 타야 했고 숙소가 있는 Maintal West에 기차가 서지 않아 프랑크푸르트까지 가야 했다.
내일은 벨기에로 넘어가야 해서 브뤼셀까지 좌석 예약이 필요할 것 같아 티켓 창구로 향했다.
빈 창구에 어정쩡한 타이밍으로 외국인 여자가 우리보다 먼저 들어섰다.
간발의 차로 순서를 놓친 우리는 아무 생각없이 줄을 섰는데 창구 직원이 외국인 여자에게 줄 안섰다고 가란다;;
그러더니 우리를 부른다.
원리원칙을 중요시 여기는 게 직원으로서 가지는 당연한 자세겠지만 흔히 볼 수 없는 장면이라 어색하다;
전부는 아니지만 많은 행정 공무원이나 회사 직원들이 그런 거 신경안쓰고 무표정하게 업무를 진행하는 걸 겪은 터라 창구 직원의 태도에 적응이 안되는거다.
사실 조금 멋져보였고 부러웠다. ^^;
여튼, 무사히 예약을 마쳤지만 안해도 되는 걸 예약해서 아까운 6유로를 낭비했다... .
참고 : 로텐부르크에서 프랑크푸르트 오기
로텐부르크에서 스타인나흐로 출발(두 역만 구간 운행하는 열차)→스타인나흐에서 갈아타고 뷔쯔부르크로 이동(매 시 34분 열차/뷔쯔부르크까지 직행 열차는 오후2시 32분이 막차임.이후는 완행)→뷔쯔부르크에서 갈아타고 프랑크푸르트로 이동(매 시 32분 열차)→프랑크푸르트 도착

(로텐부르크에서 출발 전 구입한 청포도. 이만큼이 겨우 1유로! 유럽은 과일이 싸서 너무 좋다.
마법 시작으로 괴롭기 직전이었는데 청포도를 다 먹자 통증이 전혀 없었다!!!!)

(배가 고파 프랑크푸르트에서 먹은 프랑크햄; 우하하하;;;)
민박집에 돌아오니 북적북적 했다.
12일부터 프랑크푸르트에서 인테리어 박람회가 시작되기 때문에 그곳에 참가하는 한국 업체 직원들이 온 것이다.
이미 아저씨아주머니께 들은 터라 우리는 어색하게 들어섰다.
사실 이곳에 길어야 2일 정도 묵을 예정인 것을 너무 좋아서 6일이나 있기로 한건데 오늘이 박람회 손님들과 겹치는 날이라 아저씨아주머니께 양해를 구했었다.
원래 박람회땐 프랑크푸르트의 모든 숙소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 성수기라고 봐야하지만 우리는 기존 가격 그대로 머물게 됐기 때문이다.
여하튼 북적북적 했지만 큰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었다.
세연씨는 늦게까지 박람회 손님들과 술자리를 가졌고 아저씨께서 쩔쩔매신 인터넷 문제를 세연씨가 쉽게 해결한 데에 나는 몹시 뿌듯했다. 우하하하!
작성자 : toytreesp
작성일 : 2006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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