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에서 바꾸어준 새 비행기에선 다행히 별 문제가 없었다.
활주로를 출발해 안정 궤도에 올라설 때까지 긴장감이 감돌았지만, 안전벨트 표시등이 꺼지자 승객들 모두 안심하는 분위기였다.
난 식사 시간을 제외하곤 내내 잠들었다.
깜깜한 창밖에서 기대할 건 없었고 어차피 시간상으로 자정이 넘은 터라 잠이 쏟아졌다.
중간중간 불편한 자세를 바꾸려고 눈을 떴지만 이내 잠들어버리기를 반복해서 지루할 새는 없었다.
드디어 인천 도착을 알리는 기내 방송이 들렸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거나 잠에서 깨지 못해 멍하다거나 하는 일 없이, 그저 반복되는 일상을 보내는 것 마냥 무심하게 내릴 준비를 했다.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돌아왔다, 여행이 끝났다는 생각도 없었다.
정말 '무심'했다.
 
내리자마자 L+요원에게 전화했더니 항공기 결함으로 연착된 것을 알고 있었다.
도착 시간이 되어도 전화가 안와 인천 공항 홈페이지에서 확인해봤다는 것.
으흐...내 남편답다~
여기저기 도착 보고를 마친 후 공항 버스에 올랐다.
화창하고 눈부신 날씨다.
평온한 서울의 모습을 바라보았지만...역시...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일행들과 헤어지고 집으로 오는 마을 버스에 올랐다.
신호에 걸려 잠시 멈춘 버스 안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걸어가는 사람들.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 유럽이 아니구나!
여행이 끝났구나! 현실로 돌아왔구나!'
 
유럽으로 떠나기 위해 해도 뜨지 않은 새벽에 집을 나서던 때가 바로 조금 전인 것 같은데 정신을 차려보니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이었다.
세상에! 보름 동안 나는, 꿈을 꾸었던가?
나는 꿈에서 깬거로구나.
그것은 꿈이었구나... .
그리고 나는, 마치 어젯밤에 그저 조금 길고 행복한 꿈을 꾸고 일어난 사람 마냥 일상으로 돌아왔다.
아무런 동요없이, 시차 적응도 필요없고 어색함도 없고 어제 했던대로 오늘을 살듯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그리움이 시작된 것이다.
아직은 처리해야 할 현실적인 문제들이 많아 문득문득 느끼는 게 전부지만, 시간이 좀 더 흐르면 폭풍처럼 몰아칠 것을 나는 안다.
전에도 그러지 않았던가. 그래서 수많은 밤을 애태우지 않았던가.
 
일전에도 말했지만, 여행이란 그런 것이다.
당시에도 좋았지만,
돌아온 후,
떠나있던 시간이 훨씬 좋아지는 것.
지극히 과거지향적인 이것에 한 번 빠지면 또다시 맛보기 위해 미래를 계획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마약.
 
난 지금, 여행기를 마무리하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모니터엔 여행 사진이 펼쳐져 있고 책상엔 여행지에서 가져온 지도며 안내 책자들이 쌓여 있다.
지금까진 그저 하나도 빼먹지 않고 여행기에 담아두자는 생각에 '억지로 기억을 떠올리는 게' 전부지만
여행기가 끝나고 일상을 보내다보면 미처 쓰지 못한 소소한 것들이 '자연스레 생각날 것'이다.
에스프레소 향, 정신없이 달리는 미니 자동차들, 깡통을 내미를 집시들, 지저분한 메트로, 패셔너블한 할머니들... .
아니아니, 그래, 억지로 기억해내려 하지 말자.
일단 여행기는 여기에서 마치고 그 다음에 떠오르는 것은 나만이 가질 수 있는 보물이라 여기자.
입이 근질근질하지만 남주긴 아깝고, 아니, 남 줄 수 없는 내 보물이 조금쯤은 있어야지.
그걸 얻기 위해 다른 이들도 여행을 떠나는 게 아닐까.
 
그래, 그렇게 생각하니 기분이 좋다.
애타는 내 마음이 조금이나마 보상받는 기분이랄까.
이 흐뭇한 마음을 이어가기 위해 따뜻한 차 한 잔 마셔야겠다.
오늘의 차는 부드러운 밀크티~
 
[Again EUROPE]이란 제목으로 게시된 여행기(모든 글과 모든 사진)의 저작권은
본부와 스피드투어(http://www.speedtour.co.kr/)에 있습니다.
즉, 무단 사용,도용,변형 시 법적 제재를 받게 되오니, 반드시! 본부에서만 감상해주세요.

 
 

작성자 : toytreesp
작성일 : 20061202
2006/12/02 15:42 2006/12/02 15:42

Trackback Address >> http://wedding.makeself.net/trackback/420

댓글을 달아 주세요

[로그인][오픈아이디란?]

날씨가 좋아지려는지 아침에 일어났을 땐 통증이 없었다.
이제 곧 출발한다고 L+요원에게 메신져로 얘기해두었다.
일찌감치 공항으로 출발, 제법 넉넉하게 도착했다고 즐거워했는데...아...와인...나의 와인을 공항에 버려야 했던 야속한 일이 발생했다.
공항 분위기가 수상했다.
무언가 위압감이 느껴지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설마...설마 했는데, 역시나...안전 수칙이 강화되어 액체 반입 전면 불가!
누군가 버린 신문의 일면에 후세인의 얼굴이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구나...제길...T_T
가지고 가고 싶으면 캐리어를 사서 화물로 보내란다.
이봐이봐, 제정신이냐구요...와인 두 병 때문에 캐리어를 살 수는 없잖아요...T_T
그까짓 와인, 비싼 것도 아니었다.
돈이 문제가 아니다.
오르비에토에서만 맛볼 수 있는 오르비에토 클래식 와인이란 말이다.
정말 큰맘먹고 안하던 짓 한건데... .
정말이지 억울하고 분해서 울고 싶었다.
하지만 자존심이 있지, 이런 데서 울고 싶진 않아 단호하게 와인을 버렸다.
찢어지는 내 마음을 그 누가 알랴... (지금 생각해도 우울해지는군;)
 
(공항행 티켓)
 
보안 강화로 방송국 취재가 한창이었다.
공항 검색대를 지나는 것도 오래 걸려서 면세점 구경은 커녕 서둘러 비행기에 타야 했다.
나는 선물용 초콜렉을 꺼내 먹었다.
우울함을 달래줄 강력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100%카카오의 씁쓸함은 분명 감탄할만 했지만 나의 우울함을 달래주기엔 한참 부족했다.
휴우...와인...내 와인...가슴에 묻어두어야 하는 내 귀한 와인...T_T
안하던 짓하면 탈난다더니, 내 두 번 다시 쇼핑하나봐라!
 
 
로마에서 타슈켄트는 5시간 정도? 6시간이 채 안되는 거리로 파리보다 가까웠다.
음료수 마시고 밥 먹고 드라마 보고 잠깐 자니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다시 찾은 타슈켄트 공항은 여전히 담배 연기가 심했고, 전에 봤던 직원들이 그대로 있어 반갑기까지 했다;;
신속하게 트렌짓을 마치고 인천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이다.
우리말이 많이 들린다.
이제야 진짜 돌아가는 기분이 든다.
끝까지 별 일 없이 도착하기를.

무언가 생각하기도 전에 비행기가 출발하더니 갑자기 멈추는 사태가 발생했다!
최고 가속도가 붙은 상태에서 급정지를 하니 한 순간 비행기 안은 당황스러움에 빠졌다.
속도를 줄인 비행기가 출발 지점으로 가서 완전히 멈추자 사람들은 더 술렁거렸다.
저 멀리 게이트와 연결되는 계단차(?)가 오더니 뒤이어 버스가 오는 게 보였다.
누군가 타려나 싶었는데 승무원 말이 중요한 인사가 못탔단다.
그런가보다 하고 기다리는 중인데 비행기는 좀처럼 출발할 생각을 안한다.
좀 불안하다;
 
 
정적이 흐르고 여러 차가 오는 게 보이더니 급기야 주유차까지 왔다.
불안했다.
그렇게 30여분이 지났을까.
어눌한 우리말의 안내 방송이 나왔다.
"승객 여러분, 기술적인 결함으로 비행기를 바꾸어 드리겠습니다."
순간 가슴을 쓸어내렸다.
뜨기 전에 발견된 게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
911테러, 대한항공 추락, 영화 속 공중 폭발 등 온갖 사고들이 스쳐갔다.
비행기 사고는 극히 드물다던데 그 재수없는 일에 딱 걸린 게 아닌지.
와인도 못가져오고 비행기도 고장나고...부디 집에 무사히 갔으면 좋겠다.
지금은 타슈켄트 공항 대합실이다.
비행기를 바꾸어 준다며 버스에 태워놓고 한참을 서 있더니 결국 대합실로 몰아넣었다.
새 비행기에 화물 싣는 것을 봤는데 이륙 준비가 오래 걸리나보다.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간. 피곤하지만 불안한 마음이 커서 편히 쉴 수가 없다.
무사히 갈 수 있기를.
 
 
 

새 비행기에 탑승하다!
지금 시각 0시 55분.
정확히 두 시간 연착된 상태다.
이번엔 아무 일 없기를!
 
 
 

오늘의 지출 : 로마 떼르미니역→레오나르도다빈치 공항 11유로(편도/직행)
 
참고 : 공항가기
레오나르도다빈치 공항으로 가기 위해서는 별도의 티켓을 구입하여 기차를 타야합니다.(30분 소요)
로마 떼르미니역 제일 마지막 플랫폼은 레오나르도다빈치 공항으로 가는 전용 플랫폼입니다.
이전 자료를 살펴보니 전용 플랫폼도 가끔 바뀌나봐요. 어쨌든 제가 이용했을 땐 제일 마지막 플랫폼이었습니다. (28번이던가 29번이던가;)
따박에서 티켓을 구입하면 더 싸다길래 갔더니 11유로더라구요. 예전 정보로는 10유로 안쪽이었는데 물가가 빨리 오르네요.
플랫폼 바로 앞에서도 티켓을 파는데 따박과 가격 차이가 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티켓을 구입한 후 플랫폼 앞 펀칭기에 넣어 개표하시구요, 따로 좌석 번호가 없으니 빈자리에 그냥 앉으세요.
 
[Again EUROPE]이란 제목으로 게시된 여행기(모든 글과 모든 사진)의 저작권은
본부와 스피드투어(
http://www.speedtour.co.kr/)에 있습니다.
즉, 무단 사용,도용,변형 시 법적 제재를 받게 되오니, 반드시! 본부에서만 감상해주세요.
 
 
작성자 : toytreesp
작성일 : 20061128
2006/11/28 23:41 2006/11/28 23:41

Trackback Address >> http://wedding.makeself.net/trackback/419

댓글을 달아 주세요

[로그인][오픈아이디란?]

오르비에토는 세계 최초로 Slow City를 선언한 마을이라 하여 찾아가게 되었다.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제격인 여행지다.
처음 오르비에토역에 내렸을 땐 생각보다 현대화된 주변 모습에 당황했는데, 알고보니 저 멀리 보이는 산 위로 가야하는 것이었다.
기차역 앞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순식간에 정상으로 올라간 후, 버스를 갈아타고 종점에서 내리면 마을의 중심인 두오모 앞이다.
말로는 엄청 멀고 번거로울 것 같지만 이 모든 것이 5분안에 이루어졌을 만큼 쉽고 가까우며 빠르다.
날이 잔뜩 흐려 은근히 운해를 기대했는데 아쉽게도 안개만 있어 뿌옇기만 했다.
운해가 밀려오면 완전 공중도시가 된다던데...T_T


(날짜가 없는 것은 오픈 티켓. 왜 가격이 다른지 당췌 모르겠다; 기차 종류도 같은데;;)


(저 멀리 보이는 산 위로 올라가야 한다. 낮아보이지만 저 위에서 더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최소한 아씨지의 세 배 만큼 높다.)


(기차역에서 나오면 바로 앞에 케이블카를 탈 수 있는 정류장이 있다.)


(케이블카에 탈 수 있는 최대 정원은 75명. 티켓을 넣고 들어가면 숫자가 줄어든다.)


(케이블카 티켓)

맨 처음으로 한 것은 두오모 앞 인포메이션에서 각종 지도와 홍보책자를 수거(?)하기.
제법 잘 만들어진 수확물을 얻을 때면 기분이 막 좋아진다.
그리고 두오모 살피기.
두오모에 대한 첫 인상은 '디자인이 있다!'는 것.
멀리서도 눈에 띌 만큼 선명한 가로 줄무늬가 있는데, 가까이 보니 두 가지 색 벽돌을 가로 무늬로 쌓아올린 것이다.
이 무늬는 오르비에토의 상징이 되기도 해서 기념품이나 지도를 꾸미는 데에도 이용되고 있었다.
분명 오래된 건축물이지만 외관에서 느껴지는 디자인은 시대를 초월할 만큼 현대적이고 세련되었다.
언뜻 피렌체의 두오모와 비교되기도 쉽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성격이 완전히 다른 것을 알 수 있는데,
피렌체의 두오모가 아름답게 조각된 대리석의 향연이라면 오르비에토의 그것은 '달인의 모자이크' 콜렉션이다.
보통 외부든 내부든 빈 공간에 벽화를 그리기 마련인데 오르비에토의 두오모는 온통 모자이크다.
대리석을 다듬어 무늬를 만든다...는 수준이 아니다.
최순우 선생의 표현을 빌어 '인간으로 태어나 과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싶은 수준의 정교한 모자이크다.
제일 작은 것은 내 새끼 손가락의 손톱보다 작으니, 이 얼마나 대단한 정성이냐!


(저거저거, 진짜 작은 조각들이다!)


(끄아아! 집요한 인간들!!)


(정면 그림도 모두 모자이크! 조각이 아닌 색과 그림은 모두 모자이크!)



두오모를 감상한 후엔 열심히 걸으며 오르비에토를 느꼈다.
아씨지와 인접해있지만 분명히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는데, 아씨지가 중세 이탈리아 성지의 모습이라면 오르비에토는 중세 이탈리아 시골의 모습이다.
여행다니면서 관광객보다 현지인이 많은 마을은 처음 봤다.
마침 일요일이라 성당마다 미사가 한창이었고 작은 시장도 열려 다들 장보기에 바빴다.
사람사는 모습을 제대로 보긴 처음이라 관광객 신경안쓰고 바삐 움직이는 그들이 너무 생동감있게 보였다.
아기자기한 기념품을 파는 골목은 하나하나가 그림이다.
도자기류가 주종목인듯.
한 가지 반가웠던 것은 이탈리아 전통 기법으로 무늬를 낸 종이 공예품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예전에 TV에서 보고 실제로도 보길 바랬는데 이곳에서 발견하다니!
일종의 마블링 염색인데 종이가 물러지지 않고 색감도 튀지 않아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이렇게 품위있는 무늬와 색이라니, 중세 기법이라던데 그 옛날엔 아름답지 않은 게 무어가 있을까 싶다.
그 종이로 다이어리나 수첩, 카드 등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었고 종이 자체를 크게 잘라 팔기도 했다.
포장지보다 작은 사이즈가 10유로가 넘었지만 구기지 않고 가져올 수 있었다면 정말 샀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이탈리아 전통 기법의 종이 공예품. 실제로 보면 굉장히 품위있다.)


(
이런 식으로 벽에 세워둔 나무 장식이 많다.)


(요건 벤치인데 곳곳에 똑같은 모양이나 나무 장식으로 만들어진 벤치가 많다. 컨셉인듯.)

무엇보다 오르비에토를 대표하는 것은 '산 위에 세워진 마을'이라는 점.
절벽을 따라 높게 지어진 성벽과 그 아래로 보이는 움브리아 지방의 아름다운 모습은 그야말로 오르비에토 최고의 장관이다!
구불구불한 산등성이에 거친 붓터치마냥 남아있는 중세 성들의 모습은 야트막하고 평원으로 이루어진 토스카나와는 또다른 절경이다.
운해가 있었더라면!!!
운해가 있었더라면 절벽 아래로 보이는 것은 오직 구름이라던데!
그렇다면 진정 천공의 마을을 느낄 수 있었을텐데!


(오르비에토의 제일 끝에 다다를 즈음, 앗! 무언가 보인다!)


(오!)


(오오!)


(오오오!)


(저 나무 아래로 한참을 더, 더 내려가야 한다.)



고소공포증이라 차마 성벽에 오래 붙어있지는 못하고 멀찍히 떨어져 풍경을 감상하다가 너무 추워 어디 좀 들어갈까 둘러보았다.
마침 기획 전시중인 전시관이 있어 들어갔는데, 두오모 내부 수리가 끝날 때까지 내부에 있던 작품들을 다른 성당과 전시관에 나누어 전시하는 것이다.
하나의 티켓으로 세 군데 모두 들어갈 수 있는데 이번에도 '달인의 모자이크'를 감상할 수 있었다.
모자이크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뭐 이런 주제라고 우겨도 믿을 정도이니;;;
나무를 이용한 모자이크의 피스도 보통 작은 게 아니었다.
나무엔 결이 있어 조각의 크기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갈라지기 쉽다.
그 정도로 작은 피스를 만들려면 단단한 나무를 써야 하는데 가까이에서 보니 그렇지도 않다.
그야말로 공을 들여 세심하게 한 조각 한 조각 다듬은 것이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인간으로 태어나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하지만 전시물 중 한참을 넋 놓고 바라본 것이 있었으니, 수태고지에 관한 조각상이었다.
홀연히 나타나 수태를 알리는 천사와 천사의 모습에 깜짝 놀라 의자에서 막 일어선 마리아가 1:1 비율(엄밀히 말하면 아주 조금 더 크다)로 조각된 두 개의 대리석상이다.
아아, 이 두 석상을 사진에 담아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으나 하지 말란건 절대 안하는 바른생활 아줌마라서 마음에만 새겨야 했다.
천사의 날개는 너무 아름다웠고 천사를 돌아보는 마리아의 표정은 정말 리얼했다.
모조품이라도 사고 싶었는데 오르비에토는 상술이 없는 마을이다보니 그런 기념품은 팔지도 않았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베르니니의 '테레사의 법열'에 이어 세 번째로 강력 추천하는 작품이니, 이곳에 가는 모든 여행자들이여, 꼭 보라!


(전시회 티켓)

내일이 귀국이라 무리하지 말자는 생각에 일찍 돌아가기로 했다.
버스로 올라왔던 길을 이번엔 걸어 내려왔고, 잠시 성벽 밖으로 나가보기도 했지만 다리가 후들거려 혼났다.
바들바들 떨면서 감탄하다가 기차 시간이 다 되어 후다닥 되돌아왔다.
하지만 절벽에서 올려다본 성벽은 그야말로 웅장했고 그 옛날 이런 곳에 이런 마을을 세웠다는 사실은 실로 대단한 것이다.


(성벽 밖으로 나가는 길)


(저 위로 마을이, 저 아래로 움브리아가~성벽과 절벽이 층마다 적절하게 섞여있다.)


(시부모님 드리려고 와인 두 병 질렀다. 하지만...내 와인...내 와인...T_T 가슴아픈 와인 얘기는 다음편에...;)

기차역으로 돌아오니 떼르미니역 매표기에서 확인한 기차가 없다;
매표기에서 시간을 확인하고 그에 맞추어 표까지 샀는데 왜 기차가 없지;;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당황해서 직원에게 물어보니 5분 뒤에 로마가는 기차가 도착한다며 표를 바꾸어 주었다. (그도 이유는 모르는 눈치다;)
급한 마음에 직원이 준 표를 들고 냅다 뛰어 기차에 올랐는데, 어라, 왜 금액이 더 낮아진걸까;
차액은 어디로?
T_T 나쁜 직원 같으니, 차액을 환불해주었어야지...하긴 계산을 안한 나에게도 책임은 있지만...(괘씸해서 그에게는 이름을 붙여주지 않은 것!)

기차는 완행이라 30분이나 더 걸렸다.
민박엔 주인아주머니만 계셨다.
조용한 상태에서 여유롭게 씻고 일찌감치 가방도 쌌다.
내일은 진짜 돌아가는구나!
다른 일행들은 최후의 만찬이라며 이것저것 사와서 먹느라 바빴지만 나는 숨이 차서 쉬고 있다.
음...통증이 점점 심해지는구나...





오늘의 지출 : 오르비에토→로마 11.90유로(편도/좌석/타임테이블 이상으로 표를 바꾸었는데 바꾼 표의 가격은 6.82유로;)
오르비에토 케이블카 1.80유로(편도 0.90유로, 버스는 무료), 두오모 유물 전시회 5유로



참고 : 오르비에토
로마에서 오르비에토까지는 기차로 한 번에 갈 수 있습니다. (한 시간 소요)
오르비에토행 기차가 있는 것은 아니구요, 피렌체나 베네치아행 기차의 경유지이므로 타임 테이블을 잘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
로마 떼르미니역 매표기는 제법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더라구요.



참고 : 오르비에토
이탈리아 중부 오르비에토는 900년 된 성벽에 둘러싸인 고풍스러운 마을입니다.
우뚝 솟은 언덕(이라지만 산이에요;)에 올라앉은 마을이라 운해(雲海)라도 몰려오면 신비로운 공중도시가 따로 없다네요.
오르비에토는 슬로시티(Slow City)이기도 합니다.
관광객 유치,첨단화,일상의 편리함을 추구하기보다는 '인간답게 사는 마을이 되겠다'며 1999년, 이탈리아의 다른 몇몇 마을과 함께 슬로시티'를 선언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실 자동차들이 다니긴 해요. ^^; 대신 프랑스에서처럼 골목골목을 무자비하게 누비는 운전자는 없습니다.
오르비에토의 두오모는 13세기 성체에 피가 흐른 '볼세나(Bolsena)의 기적'을 기념하기 위해 1290년부터 300년에 걸쳐 지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1263년 보헤미아에서 온 주교와 프라가의 피에트로는 볼세나 산타 크리스티나 교회에서 미사를 집전하던 중 봉헌되어 있는 성체에서 그리스도의 참다운 존재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성체로부터 진짜 피가 흘러내려 제단 위에 있던 옷이 얼룩졌습니다.
그때부터 교황 우르바노 4세는 오르비에토에서 지냈으며, 그 옷은 바로 교황이 수거해갔습니다.
교황은 그것이 기적임을 인정하고 코르푸스 도미니 교회(성체교회)를 설립했습니다.
돔의 정면에는 축제를 세밀하게 묘사한 33개의 건축물과 152개의 조각품, 90개의 모자이크화가 장식되어 있으며, 68명의 화가들이 공동으로 이태리의 가장 정교한 성당의 전면을 완성했습니다.
건축은 로렌초 마이타니가 설계한 것으로, 전면의 첨탑에는 3부작 그림이 화려하고 정교하게 장식되어 있으며, 그 형태와 양식의 위대한 조화는 이태리 고딕 예술의 걸작품 중의 하나로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후진의 스테인드 글라스 창문은 더욱 매혹적이고, 산 브리치오 예배당에는 루카 시뇨렐리의 르네상스 걸작품 "최후의 심판(The Last Judgement, 1499~1504)"이 그려져 있습니다.
오르비에토의 다른 볼거리는 주택이나 가게의 지하의 분수 아래에 있는 작은 동굴(grotto)로 1세기에 걸쳐 오일과 와인 저장고나 화장실등으로 사용되어왔습니다.
도시를 떠나는 도중에 볼 수 있는 잊을 수 없는 풍경은 '죽음의 마을'로 불리우는 에트루리아인들의 대규모 공동묘지입니다.
오르비에토 도시 아래로부터 기차역까지 길 위에는 마치 집처럼 석회암으로 지은 매장실들이 있으며, 죽은 이들의 이름을 새겨놓은 에트루루리아인들의 문자가 무덤에 새겨져 있습니다.
또한 이곳은, 화산토가 퇴적되어 형성된 언덕이 있어 포도의 생육에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르비에토는 오직 화이트 와인만 생산하고 있는데요, 오르비에토 와인을 너무 사랑했던 교황 그레고리 16세는 유언으로 자기 몸을 땅에 묻기 전 이 와인으로 전신을 깨끗하게 씻어 달라고 했답니다.
움브리아 토속 음식인 가반조 콩 수프와 곁들이면 좋다는군요. 저는 스파게티와 먹었는데 달큰하면서도 깔끔하게 떨어지는 맛이 아주 좋았어요.
와인 사면서도 시음했는데 달큰한 맛이 있는 중간 무게의 와인이랄까요. 화이트 와인은 낯선 세계라 저도 잘 모르지만, 아무튼 깔끔하게 떨어지는 맛이었습니다.
참고로, 오르비에토가 있는 움브리아 지방은 서쪽 토스카나와 비슷한 풍토와 방언으로 인해 토스카나의 자매주로 불리지만 정치적으로는 로마와 훨씬 더 가깝다고 합니다.



작성자 : toytreesp
작성일 : 20061128

2006/11/28 22:54 2006/11/28 22:54

Trackback Address >> http://wedding.makeself.net/trackback/418

댓글을 달아 주세요

[로그인][오픈아이디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