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겠다.
이번 여행은 하나도 즐겁지 않았다.
보는 것 모두 좋았겠지만 마음은 하나도 즐겁지 않았다.
이제는 지난 일이라 담담하게 말할 수 있지만, 당시 난 극도의 스트레스로 미치기 직전이라 여행 내내 L+요원과 충돌했다.
그래서 나쁜건 최악으로, 좋은 것도 나쁘게 받아들인 여행이었다.
 
 
하지만 그건 그때라 치고 편안한 지금 상태에서 다시 평가해보자.
 
 
처음 경험한 동남아 관광의 시작이 싱가폴인데다
좋은 호텔에 투숙하고 깨끗한 버스로 이동해서 무척 편안하고 깔끔했음은 사실이다.
게다가 인상좋고 친절한 가이드 아주머니를 만난 덕에 재밌고 유익한 설명을 많이 들을 수 있었고
저녁 식사는 늘 한식이라 시부모님께서 먹는 걸로 고생하지 않으셨다.
 
 
하지만 가이드 투어는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았다.
아무리 버스로 편히 앉아 이동한다지만 짧은 시간 안에 '헤쳐모여'를 하느라 정신없었고 더 피곤했다.
또, 가장 재미있을 법한 코스들이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경험할 수 있다는 것.
이건 좀 찝찝하긴 해도 여행사의 밥벌이인데다 나이트 사파리가 괜찮았으니 용서하자.
정말 용서 안되는건 꼭 한 번씩 거쳐야 하는, 여행사와의 연계를 짐작케 하는 쇼핑 코스들.
면세점이나 진주, 악어 가죽 전문점은 소위 사모님들의 품위 유지 욕심을 마구 충족시켜 주었고
건강 식품과 싸구려 기념품을 파는 가게의 유치하다 못해 안쓰러운 판촉 전쟁을 보는건 고문이었다.
실로 쇼핑 코스 자체가 끔찍하게 싫었다!
이 때문에 가이드 투어는 해선 안되는 것임을 확실히 알았다. -_-+
 
 
 
얼마 전 인도네시아를 덮친 해일로 인해 아름다운 경관과 착한 사람들이 많이 다쳤다니 마음이 안좋다.
특히 인도네시아에서 깊은 인상을 받아 언젠가 꼭 배낭 여행으로 다시 가리라 마음먹었던 나로선 무척 안타까운 일이었다.
이후 우리가 본 한 외국 잡지에 아래의 사진이 실렸다.

위 사진이 어떤 모습이라 생각하는가.
한 남녀가 해변에서 쉬고 있다. 이들은 관광객이다. 그저 하염없이 여유롭게 쉬고 있다.
남자가 보고 있는 뒤에는 해일로 무너진 집더미와 그 사이사이를 누비며 살림살이를, 가족을 찾고 있는 현지 주민들이 있다.
처음 이 사진을 보고 나와 L+요원은 분노했다.
어떻게 이 상황에, 그것도 해일이 지나간지 채 얼마 되지 않은 이 때에!
그러나 기사의 내용은 이러했다.

"인도네시아 관광 사업을 재개하다. 그들에게 수입원이라곤 관광 사업뿐.
돈이 있어야 복구도 하고 주민들 먹여 살릴 수 있는 인도네시아이기에 관광객이 필요하다."
 
 

참...아이러니하다.

 
 
 
**작성자 : toytreesp
**작성일 : 20050301

2005/03/01 03:03 2005/03/0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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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오전의 리조트 풍경.
 
 
 

식사 때 젊은 요리사가 즉석에서 정성껏 만들어준 오믈렛에 흡족했던 아침이었다.
음파 공격으로 늦게까지 잠을 못자서인지 시부모님도 우리도 조금 피곤했다.
이제 다시 싱가폴로 돌아갈 시간.
거참, 무지 빠듯한 일정이로세;;;
아무리 버스로 다 태워준다지만 여유없는 일정은 사람을 피곤하게 한다.
 

싱가폴로 돌아가는 길에 마지막으로 본 인도네시아의 모습들.
 

맨 위는 경찰서.
오토바이 택시가 많은 인도네시아에선 두 번째 사진처럼 뒷자석의 여성이 바로 앉으면 부인, 옆으로 앉으면 손님이란다.
 

싱가폴 입국 신고서에 기재된 경고. 마약 가져오면 죽여주지~
 

유람선 티켓. 재활용을 위해 코팅했다;;;
 
 
 

그래도 아주 약간 맛보았던 동남아 바다의 낭만.
저 멀리 보이는 리조트였더라면...T_T
 
 

이제 마지막 일정이 남아 있는 싱가폴에 도착했다.
여전히 깨끗한 모습으로 우리를 반기는 싱가폴. 사실 너무 깨끗해서 적응안된다;
 
 
 

마지막 사진의 사람들은 경마인지 도박인지 복권인지 때문에 줄선 사람들이라고 한다.
여하튼 대박을, 인생역전을 노리는건 어느 나라에 살건 사람이면 똑같이 가지는 희망(?)인가보다.

신혼 부부의 차도 보았다.
싱가폴에선 결혼식 대신 웨딩 앨범 촬영에만 3일을 투자한단다.
때문에 여기저기 드레스 가게와 스튜디오가 많았는데 후덥지근한 날씨 때문인지 드레스는 심플하다못해 단순하다.
요샌 화려한 결혼식을 하려고 일부러 한국에 오는 부부도 많단다.
 
 
이번에도 여행사와의 연계로 약을 팔아먹는 가게에 갔다.
차이나 타운에 위치한 건강보조식품 판매처였는데 한국인이 운영하는 곳이다.

사람들 앉혀놓고 뭐나 되는듯 흰가운 걸치고 한다는 소리가 죄다 "애들은 가라~이거 한 번 먹어봐~"그대로다.
그러면서 그 거만한 태도라니. -_-
이후, 싱가폴 특산품이라는 진주 전문점과 악어 가죽 전문점엘 갔고
L+요원은 고맙게도 장모님 드리라고 작은 진주 팔찌 하나를 사주었다. 
처음에 우리는 양가 부모님을 모시고 한 번씩 여행을 가기로 했던 거였는데
엄마는 가게 일이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한사코 거절하셔서 난 은근히 속상했었다.
엄마가 거절하신 이유야 뻔하다. 때문에 더 속상했던 나였고, 이런 내 마음을 알아주는 L+요원이 그저 고마웠다.
 

다음 코스는 센토사섬.
싱가폴에 속해 있는 섬으로 싱가폴의 상징인 '멀라이언 석상'이 있다.
 

멀라이언은 사자 머리에 인어 꼬리가 달린 상상의 동물로 기념품 가게마다 미니어쳐를 팔고 있었다.
깔끔하게 잘 꾸며진 센토사 섬의 공원을 구경하는 와중에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사진에선 잘 안보이지만 엄청난 양의 비가 쏟아졌다.
스콜 현상이라고 소나기가 집중적으로 내리는 기후 현상이란다.
허어...엘니뇨에 스콜이라....상반된 기후 현상 제대로 체험하는구려;;
순식간에 물바다가 될 정도로 무섭게 내리던 비는 언제 그랬냐는듯 그치는 것도 순간이었다.
그제서야 모노레일을 타고 공원 위를 지나 언더워터월드로 향했다.

굉장히 기대했던 코스였건만 생각보다 규모가 작아 실망했다.
듣기론 코엑스의 아쿠아리움이 훨씬 멋지단다.
언더워터월드의 짧은 구경이 끝나자 아찔한 케이블카를 타고 본토로 돌아왔다.
 
 

이번 관광의 마지막 코스는 추가 비용을 지불했던 나이트 사파리.

가장 기억에 남고 꼭 보라고 추천하고픈 코스다.
이름 그대로 밤에만 문을 연다는 나이트 사파리는 동물을 자극하지 않는 정도의 희미한 조명만 켠채 조용히 움직이는 차를 타고 구경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정말 놀랬던건 울타리가 전혀 안보인다는 것!
호랑이와 같은 맹수 우리조차 울타리가 안보인다;;;
전기를 이용한 보이지 않는 경계가 있다지만 실로 생생한 관람이었다.
게다가 바로 옆에서 옷깃을 스치며 지나가는 야생 동물도 있었다!
손을 뻗으면 진짜 만질 수 있는 거리에서 야생 동물을 볼 수 있었던 즐거운 경험이었다.
나이트 사파리 역시 작은 쇼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관중석에 미리 숨겨둔 뱀을 꺼내는등 훨씬 생기있는 내용을 보여주었다.
다른건 몰라도 요건 또 보고 싶더라.
 
 

늦은 시간까지 계속된 관광이 끝났다.
창이 공항으로 돌아와 졸린 눈을 비비며 비행기를 기다려야 했고
좁은 좌석에서 불편하게 자야했기에 피곤한 몸으로 귀국하게 되었다.
3월 1일 오후에 도착, 우리의 이번 여행은 이렇게 끝났다.
 
 
 
 
**작성자 : toytreesp
**작성일 : 20050224

2005/02/24 03:43 2005/02/24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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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로 출발!

더 덥다는 것과 인도네시아에선 현지 주민이 직접 가이드해줄 것이라는 이런저런 얘기를 들으며 출발했다.
에메랄드 빛 바다에 대한 환상으로 나뿐아니라 L+요원도, 시부모님도 몹시 설레였다.
한국에서 수영복을 가져갈까 말까 수없이 고민했을 정도로...
 
 
채 한 시간이 안되는 시간을 유람선을 탔다.
일단 유람선 밖 바다가 맑고 초록에 가까운 색이라 예감이 좋았지만 리조트에 가기 전에 둘러볼 코스가 많았다.
그리고 아줌마 부대가 좋아 어쩔 줄 몰라하는 호남형의 현지 가이드가 제법 유창한 한국말로
해파리가 많아 바다에 들어갈 수 없다는 절망적인 이야기를 했다.
젠장!
우울한 마음으로 바라본 창밖엔 인도네시아의 현재가 여과없이 보여지고 있었다.
 

밀림의 중간중간엔 불에 탄 흔적과 여기저기 여전히 불타고 있는 모습이 보였는데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엘니뇨 현상으로 날씨가 너무 더워 자연적으로 산불이 발생한다고 한다.
어느 정도 타다가 알아서 꺼지기 때문에 왠만한 불이 아니면 소방차가 오지도 않는다고.
나는 불에 타 재가 된 땅에서 금방 새 줄기가 올라오는 것을 보았다.
자연은 그런 것이다.
스스로 불태우지만 여전히 살아 소생한다.
이런 표현이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참 멋지고 위대하다'라고 생각했다.
 
 
원주민 마을에 도착하자 슬슬 등줄기에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TV에서만 보던 진짜 원주민 마을이었고 도시보다 이런 모습을 훨씬 좋아하는 난 마냥 신이 났다.
 
 
 

마지막 사진의 청설모 비슷한 녀석은 원주민의 주식이란다. 그 외 원숭이와 대형 뱀도 있었다.
솔직히 처음엔 "우웁!"했다.
저렇게 살아 있는 것을, 내가 먹지 않고 내 주변에서 먹지 않는 것을 먹고 산다는게 무척 낯선 일임은 분명하니까.
하지만 곧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게 이들이 사는 모습이다.
 
원주민 마을에서 14살~16살된 처녀(16살도 시집못가 노처녀랜다;;;)들의 춤을 보고
역시 끌리는 것 없는 관광 상품을 구경했다.
여기서 내 생애 처음으로 맛본 야자열매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어쩜 그리!! 그리!! 맛.대.가.리. 없는 것이냐!!!
가이드가 말한 '니맛도 내맛도 아니다'라는게 적절하다!!!
나만의 표현을 쓰자면 진정 '닝닝구리'한 맛이다!! 우웩!!!!
그나마 화산 커피가 만족스러워서 다행이지 안그랬으면 우울함의 극치를 달릴뻔 했다. -_-;
 
 
 
한국인이 운영한다는 야외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하필 정해진 테이블이 아니면 앉을 수 없다는 그네들 방침에 따라 나만 다른 사람들과 밥을 먹게 되었다.
신혼부부가 갈라져서 밥먹는다고 함께 식사하시던 어른들이 이것저것 반찬을 집어주셔서 감사했지만
역시 나만 떨어진게 서러웠다.
돈주고 놀러와서 왜 서러워야하냐고...T_T
 

먹는둥마는둥 후다닥 밥을 먹고 주변 구경하며 사진이나 찍었다.
 
 
바쁘게 움직이며 이동한 다음 코스는 중국 사원이 있는 나고야 타운.
 

중국 사원에선 향을 세 개 피워야 한단다.
공자 외에 모시는 대상이 둘 더 있었는데 잊어버렸으므로 패스;
사원 마당의 촌스러운 조형물 때문에 다소 유치한 코스였던걸로 기억한다.
 
 

드디어 리조트로 향하는 길.
창밖은 인도네시아의 빈부격차가 얼마나 심한가를 보여주고 있었다.
 
 

앞서 원주민 마을을 본 이후라 나고야 타운에 있는 부자들의 집이 좋아보이지 않았다.
누구는 땡볕에서 노점을 하며 근근히 먹고 살고 누구는 위성 방송 보며 시원하게 살더라.
그나마 노점을 가진 자는 살만큼 사는 것.
아까 보았던 판자촌과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씁쓸함을 뒤로 하고 도착한 리조트.
싱가폴의 호텔만큼 좋진 않았지만 나름 고급 호텔이라 한다.
 

내 생각에도 동남아 리조트다운 모습이었는데 한 가지 쌩뚱맞은건 호텔 로비에 있는 구멍 가게 하나, 가짜 폴로 매장, 보세 옷가게 하나.
특히 사진의 가짜 폴로는 보기엔 좋아보여도 한 번 빨면 못입게 되니 사지 말라고 가이드가 먼저 알려준다.
 

객실 발코니에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에메랄드 빛 바다를 찾았는데 해변의 나무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리조트 풀장만이 햇빛을 받아 반짝일뿐.
 

리조트에 도착한 후론 자유 시간이라 난 L+요원과 함께 바다를 찾으러 나섰다.
리조트 바로 앞 숲을 지나 드디어 발견한 바다!!!!!!!!!!!!
그런데!
그런데!
온통 시꺼먼 기름투성이였다. T_T
기름 유출 사고로 해변은 까맣게 물들었고 기름 흡수를 위한 펄프 조각들이 나뒹굴었다.
우울했다.
진정 이번 여행에선 동남아의 낭만을 볼 수 없단 말인가!
 

공교롭게도 이 날, 이 리조트에서 행사가 열렸는데 이게 엄청 시끄러웠다.
엄청난 음파 공격을 해댄 행사는 어느 회사에서 직원들 데리고 진행한건데
노래 자랑도 하고 B급 가수도 나오고 조명도 요란하고 야외 뷔페까지 마련한 대형 공연이었다.
늦게까지 시끄럽게 울려대는 음파 공격에 우리는 무척 힘든 저녁을 보내야했다.
그러다 문득 어느 시간이 되자 공연에 참석중이던 아가씨들이 죄다 가방에서 천을 꺼내 머리에 두른다. 그리곤 같은 방향을 보고 절을 하기 시작했다.

아, 이슬람교의 종교 의식이었구나.
열심히 놀다가 일제히 절을 하는 모습이 경이롭기까지 했다.
 
 

한참 뒤, 아주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행사가 종료되었고 그제서야 우리는 잠을 청했다
휴우...
 
 
 
 
**작성자 : toytreesp
**작성일 : 20050224

2005/02/24 02:31 2005/02/24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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